
9월 소셜이브닝살롱 후기 지난 9월 4일,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는 서울 강남구 역삼로에 위치한 아산나눔재단 마루360에서 9월 소셜이브닝살롱을 열었습니다.

이번 살롱은 ‘연결이 만드는 변화’를 중심으로, 아산나눔재단 박성종 팀장님의 마루360 투어와 CSR IMPACT 이은애 이사님의 자원순환 북토크로 진행됐습니다. 좋은 변화를 키우는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좋은 순환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구조가 필요한지를 함께 살펴본 시간이었습니다.

창업가의 가능성을 키우는 공간, 마루360 첫 번째 순서는 박성종 팀장님의 마루360 소개와 공간 투어였습니다. 아산나눔재단은 기업가정신을 핵심 가치로 삼아 창업가와 비영리 리더, 청소년과 교사 등 다양한 주체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4년 문을 연 마루180에 이어 2021년에는 약 두 배 규모의 마루360을 개관했습니다. 마루180이 ‘세상을 180도 다르게 바라보는 창업가’를 위한 공간이라면, 마루360에는 창업가들이 모든 방향으로 가능성을 펼쳐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공간을 둘러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마루360이 단순히 사무실을 제공하는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타트업 가까이에 투자사와 액셀러레이터, 전문가와 생태계 파트너가 함께 머물도록 구성해 자연스러운 만남과 협업이 일어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공간 자체가 창업가의 성장 과정이자 연결의 기반이 되고 있었습니다.
초기 창업팀이 사업을 실험하고 검증하는 시드존(Seed Zone)과 다음 단계의 성장을 지원하는 성장존(Growth Zone)을 통해 최대 약 2년 반 동안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게스트 데스크와 스튜디오, 키즈존, 카페, 세미나룸 등 다양한 시설에서는 창업가의 일과 생활, 교류를 함께 고려한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타운홀 미팅과 소모임,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개더링 프로그램, 약 100명의 전문가와 연결되는 마루커넥트도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회계와 투자, 외국계 기업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연결하는 마루커넥트가 커뮤니티 구성원에게 평생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AWS, 엔비디아 AI, OpenAI 등 파트너사의 혜택을 연결하는 베네핏 프로그램 역시 초기 약 1억 7천만 원 규모에서 현재 약 13억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창업가에게 필요한 자원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 실제적인 성장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공간 곳곳에서 만난 메시지와 동선에도 마루360의 철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창업가들이 오가며 가능성을 떠올리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메시지가 배치되어 있었고,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와 입주 프로그램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좋은 공간은 단지 보기 좋고 편리한 장소가 아니라,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이 만나고 시도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만드는 환경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뜻을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방법 두 번째 순서에서는 CSR IMPACT 이은애 이사님의 ‘좋은 순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북토크가 이어졌습니다. 이은애 이사님은 롯데케미칼을 퇴사한 뒤 아산 프런티어 아카데미를 거쳐 루프빌더를 창업한 과정과 책을 펴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자원순환은 좋은 뜻만으로 지속되기 어려우며, 숫자와 데이터에 기반한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북토크에서 던져진 핵심 질문은 “재활용은 왜 실패하는가”였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렇게 배출한 자원이 어디로 가고 실제로 어떻게 재활용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분리배출 체계에 비해 수거 이후의 재자원화 과정이 충분히 설계되지 않으면 시민의 실천은 순환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그 과정이 보이지 않을수록 시민의 피로감은 커지고 참여의 효능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페트병과 종이팩 사례를 통해 자원순환 현장의 구체적인 한계도 살펴봤습니다. 페트병은 비교적 재활용하기 좋은 자원이지만, 친환경 굿즈 제작이 일회성 행사로 끝난다면 지속가능한 순환 구조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멸균팩 역시 사용량은 늘고 있지만 일반 종이팩과 함께 처리할 수 없어 별도의 분리배출과 회수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은애 이사님은 루프빌더의 ‘프로젝트 RE’ 사례를 통해 데이터 기반 자원순환의 가능성을 보여주셨습니다. 프로젝트 RE는 복잡한 폐기물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 압착이 가능해 물류비를 줄일 수 있는 종이팩이라는 단일 품목에 집중했습니다.
원자재 주문량을 바탕으로 폐기물 배출량을 예측하고, 코레일유통의 기존 물류망을 활용해 수거 비용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 결과 전국 코레일유통 카페에서 3년 동안 중단 없이 30톤의 종이팩을 수거할 수 있었습니다. 수거와 재활용 전 과정은 데이터로 관리되고 대시보드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됐습니다.
깨끗하게 수거된 종이팩은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고, 이후 제지사가 직접 수거에 참여하는 변화로도 이어졌습니다. 현장의 데이터를 쌓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시민의 참여뿐 아니라 기업과 시장의 행동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독일의 판트제도와 네덜란드의 기부형 수거 시스템도 소개됐습니다. 제도가 시민의 생활 방식과 현장의 동선을 세심하게 반영할 때 높은 회수율과 새로운 참여 방식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반면 한국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카페의 현금 없는 운영 환경과 고객 동선, 수거 이후의 처리 체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사례로 다뤄졌습니다.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실제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자원순환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민 개인의 노력에만 기대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과 시민이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데이터와 물류, 제도와 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시민이 자신의 행동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효능감’을 느낄 수 있어야 참여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결국 변화는 연결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소셜이브닝살롱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 ‘연결’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마루360은 공간과 커뮤니티, 전문가와 자원을 연결해 창업가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루프빌더는 시민의 실천과 데이터, 물류와 시장을 연결해 버려진 자원이 다시 쓰일 수 있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좋은 공간과 좋은 순환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설계하고,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며, 작은 실천이 실제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꾸준히 보여줄 때 비로소 지속될 수 있습니다. 마루360을 직접 걸으며 공간에 담긴 철학을 살펴보고, 자원순환의 현장과 데이터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참석자들과 질문과 경험을 나누면서 사회혁신은 거창한 구호보다 사람과 자원, 제도와 현장을 세심하게 연결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는 점도 다시 확인했습니다.
함께해주신 박성종 팀장님과 이은애 이사님, 그리고 자리를 채워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혁신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새로운 실험과 고민을 배우고, 서로의 경험이 다음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남을 만들어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