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소셜모닝살롱
#202026년 6월 10일

모닝살롱 #20

박자연 · 대표(사단법인 호이)

모닝살롱 #20

질문을 따라가며 만남을 배워온 삶

6월 소셜모닝살롱은 사단법인 호이의 박자연 대표님과 함께했습니다. 박자연 대표님은 케냐 북부 사막 지역의 코어 마을에서 랜딜레 커뮤니티를 만난 경험을 시작으로, 우간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를 연결해 온 교육개발협력의 여정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이번 살롱은 단순히 "해외에서 어떤 교육 지원 사업을 했는가"를 듣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현장에서 품게 된 질문이 어떻게 조직의 미션이 되고, 오랜 관계와 신뢰가 어떻게 현지 주도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함께 따라가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 모임 개요 ]**

일시 : 2026년 6월 10일(수) 07:00 – 09:00 장소 : NH투자증권 3층 회의실 (여의도 파크원 타워2) 내용 : 18년동안 한 우물 파기, 질문을 따라가며 만남을 배워온 삶 발표 : 박자연 대표(사단법인 호이)

참석자 박자연 사단법인 호이 대표 김형주 유라이프 대표 권오상 노무법인 의연 부대표노무사 이상문 (주)브로큰에그 대표이사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서연주 학생 유승연 학생 박소연 학생 최홍석 NH투자증권 부장 오금택 NH투자증권 차장 조태현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파트너 사진작가 서명지 CSR Impact 대표 임성중 GSIC 대표펀드매니저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이사 남궁정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이사장

**교육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함께 키워가는 과정** 박자연 대표님의 발표는 '기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년 넘게 이어온 블로그와 매년 한 권씩 써온 몰스킨 노트, 여러 공간에 남겨온 글들은 단순한 개인 기록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현장 경험을 다시 해석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되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기록을 다시 살펴보며 박자연 대표님은 여러 질문을 꺼내놓았습니다. - 어떤 질문이 나를 바꾸는가 -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 - 현지 교사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 - 현지 주민 주도 발전은 가능한가 - 변화에는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가 이 질문들은 박자연 대표님의 개인적인 삶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교육개발협력 현장의 중요한 질문들과 연결되었습니다.

**삶의 질문** 박자연 대표님은 자신의 성장 과정과 가족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가 요구해온 하나의 성공 경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좋은 학교, 안정적인 직업, 정해진 성공의 길. 한국 사회에는 오랫동안 이런 하나의 경로가 강하게 존재해왔습니다. 하지만 박자연 대표님은 그 길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만의 질문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질문은 결국 국제개발협력 현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나는 어떻게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곳은 왜 이런 상황에 놓여 있을까?" "나는 외부자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들이 박자연 대표님을 케냐 코어 마을로, 그리고 이후 사단법인 호이의 활동으로 이끌었습니다.

**케냐 코어 마을과의 만남** 박자연 대표님이 처음 만난 케냐 북부 사막 지역의 코어 마을은 외부와 단절된 지역이었습니다. 반복되는 가뭄과 기근, 낙타에 의존하는 생활, 긴급구호 식량에 기대야 하는 현실은 낯설고도 강렬한 질문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박자연 대표님은 그곳을 단순히 가난하고 부족한 곳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랜딜레 사람들 사이에서 조건 없는 환대와 깊은 관계를 경험했고, 그 안에서 회복됨을 느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동시에 마음 한편에는 이런 질문이 남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마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 질문은 이후 5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로 이어졌고, 박자연 대표님이 호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외부자이자 내부자** 박자연 대표님은 자신을 "외부자인 동시에 내부자"라고 표현했습니다. 완전히 현지인이 될 수는 없지만, 관계 안에 깊이 들어가 있었고, 동시에 외부 세계와 연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 경계에 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일이었습니다. 박자연 대표님은 랜딜레 사람들이 스스로 성장해야 하며, 그 성장의 과정 자체가 교육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호이는 교육 단체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의 본질** 박자연 대표님은 교육개발협력에서 흔히 떠올리는 '학교 건축'이나 '기자재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학교 건물은 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가 실제로 운영되고, 교사가 학생을 만나고, 배움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관계, 구조가 필요합니다. 박자연 대표님이 말한 교육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 하나의 성공 경로를 따라가는 것 - 외부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주입하는 것 - 시험 성적만을 높이는 것 이런 방식이 아니라, - 자기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 꿈을 탐색하고 발전시키는 것 - 그 가능성을 주변과 나누는 것 -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 전체 과정이 교육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교사와 교사의 연결** 호이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케냐 북부 사막 지역의 랜딜레 교사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박자연 대표님은 한국 교사들을 모집해 케냐 코어를 방문하게 하고, 랜딜레 교사들과 만나도록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유네스코 ESD 공식 프로젝트로 진행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랜딜레 교사들은 이렇게 물었습니다.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연수하나요?" "이 연수를 받으면 케냐 정부가 인정하는 자격을 받을 수 있나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교사와 랜딜레 교사는 서로 다른 환경에 있더라도, 학생과 교사가 만난다는 교육의 본질은 같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더 헌신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교사들이 나타났습니다. 호이는 이들이 케냐 정부가 인정하는 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장학금으로 지원했고, 일부 교사들은 이후 지역 교육의 리더로 성장했습니다.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지역의 해석** 코어 마을은 이미 기후 변화의 영향을 직접 겪고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반복되는 가뭄과 사막화는 주민들의 삶과 교육 환경에 깊이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호이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의 관점에서 환경, 경제, 사회를 함께 분석하는 틀을 랜딜레 교사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리고 그 틀을 바탕으로 자기 마을을 해석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했습니다. 이 과정은 외부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랜딜레 교사들이 자신들의 지역을 스스로 바라보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기술을 만나는 첫 경험** 호이는 전기가 없던 시절에도 ICT 교육을 시도했습니다. 태양광을 설치하고, 노트북과 태블릿을 활용해 교사와 아이들이 기술을 처음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교사들에게는 학교 정보, 학생 출석, 성적과 같은 기본적인 데이터 관리를 경험하게 했고,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기술이 두렵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신나는 것이라는 첫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넷이 연결되기 전, 랜딜레 사람들이 기술을 스스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현지 주도 변화** 호이는 랜딜레 교사들과 함께 과거의 코어, 현재의 코어, 30년 후의 코어를 상상하며 지역사회 아젠다를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함께 그리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지 교사들이 비판적으로 성장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기존 권력관계에 균열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결국 호이는 현장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오히려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랜딜레 교사들이 스스로 교사 공동체를 만들고, 자신들의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계속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박자연 대표님은 호이가 떠난 이후에도 랜딜레 교사들이 아이들을 더 넓은 세상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인도양으로 데려가고, 동아프리카의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를 보여주며, 자신들이 살아갈 세상과 기술을 직접 경험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 변화는 누군가 대신 해준 결과가 아니라, 현지의 교사들이 스스로 만들어간 변화였습니다.

**케냐에서 우간다로** 케냐에서의 경험은 이후 우간다 교육 현장으로 이어졌습니다. 2015년을 전후로 국제 교육 의제는 '학교에 보내는 것'에서 '교육의 질'로 이동했습니다. 취학률을 높이는 것에서 나아가, 실제로 학교 안에서 어떤 배움이 일어나는지가 중요해진 것입니다. 이 변화 속에서 교사가 중요한 지표로 등장했고, 교사 관련 ODA 사업도 본격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호이는 이미 케냐에서 교사 성장과 공동체 형성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우간다에서도 교육의 질을 높이는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1회성 연수로는 바뀌지 않는 것** 박자연 대표님은 "1회성 연수로는 교사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우간다에서는 공개수업을 통해 교사들이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습니다. 교사들이 수업을 열고, 서로 보고, 배우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교사들의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교사가 달라지자 학생들도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세 개 학교에서 시작된 시도가 점차 여러 학교로 확산되었고, 지역사회 문화와 제도화의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변화가 학교와 지역의 문화를 바꾸고, 제도화까지 이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중도탈락 없는 학교를 향해** 박자연 대표님은 앞으로 호이가 집중하고 싶은 과제로 우간다의 중도탈락 문제를 이야기했습니다. 우간다 농촌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에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입학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특히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많은 아이들이 좌절을 겪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언어입니다. 저학년에서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배우지만, 4학년부터는 영어로 모든 과목을 배우고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학습의 벽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정의 경제적 부담도 큽니다. 공립교육이 원칙적으로 무상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준비물과 학부모 회비 등 여러 비용이 필요합니다. 자녀가 여러 명인 가정에서는 이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박자연 대표님은 학생, 교사, 학부모, 학교와 지역사회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접근되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도탈락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가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교 생태계 전체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0년의 신뢰** 박자연 대표님은 교육개발협력에서 시스템 변화는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낯선 지역에 들어가 사회적 자본과 관계자본을 쌓는 데에는 최소 10년이 걸립니다. 조직에게는 긴 시간이 아닐 수 있지만, 한 개인에게는 매우 긴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현장의 변화는 결국 신뢰가 쌓인 뒤에야 가능해집니다. 박자연 대표님은 우간다에서 지난 10년 동안 많은 일을 해왔지만, 돌아보면 앞으로의 일을 위한 신뢰관계를 만든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서로 연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배움공동체** 박자연 대표님은 마지막으로 호이의 미션을 다시 소개했습니다. "한국의 경험을 공유해서 개인과 사회, 한국과 개발도상국가가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배움공동체를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의 경험을 정답처럼 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이 보편적 초등교육을 달성해 온 경험, 교육을 통해 사회가 성장해 온 경험은 중요한 자원이지만, 그 경험은 각 지역의 맥락 안에서 다시 해석되어야 합니다. 호이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입니다.

**오래 걸리지만, 현장은 스스로 움직입니다** 이번 소셜모닝살롱은 교육개발협력이 단기 성과나 숫자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학교를 짓는 일보다 어려운 것은 학교 안에서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일이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보다 어려운 것은 현지의 교사와 학부모, 학생과 지역사회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박자연 대표님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질문이 어떻게 조직의 미션이 되고, 한 지역과의 관계가 어떻게 오랜 시간에 걸쳐 현지 주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교육의 변화는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신뢰와 관계가 쌓이면, 현장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6월 소셜모닝살롱은 그 느리지만 깊은 변화의 시간을 함께 바라보는 자리였습니다.

위의 모든 사진 조태현 사진작가 제공

소셜임팩트뉴스에 발행된 기사: https://www.socialimpact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449